[유은정의 심리처방] 나는 왜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할까?

입력 2022-06-05 17:21   수정 2022-06-06 00:03

정신과 의사로 비만 치료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평생 다이어트로 괴로워하는 분들을 만나면서 하는 말이 있다. 먹어도 계속 배고픈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각종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해봐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해서 여러분이 자제력이 없거나 의지가 약한 것은 절대 아니다. 문제는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인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도대체 왜 먹는가?”라는 질문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신의학에서 비만은 새로운 챕터로 등장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듯이 식사 행동도 마찬가지다. 음식과의 전쟁 그리고 다이어트로 인한 좌절감에서 인생을 허비하는 대신 심리적인 원인을 찾아 접근할 때, ‘감정적 식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뇌는 쾌락 물질을 찾고 즉각적으로 손쉽게 만족을 줄 수 있는 합법적인 마약, 즉 음식을 찾게 된다.

늦은 밤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 항상 먼저 냉장고로 향하던 교수님이 있었다. 배고픈가 아닌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바쁜 하루의 일상을 이완시켜 줄 그 무엇이 바로 음식이었다. 그분에게 내린 처방은 식욕 억제 약물이 아니라, 퇴근 후 미니 여행이었다. 한강변을 걷고 나서 귀가하니 퇴근 후 음식을 찾는 조건화 반응이 사라지고 체중 10㎏을 감량할 수 있었다.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던 댄서를 기억한다. 그녀에게 음식의 의미는 ‘통제’를 뜻한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라면 먹어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그녀에게 ‘라면 처방’을 내렸다. 라면을 절대 먹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성의 뇌는 본능의 뇌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다이어트는 작심삼일이 돼 버린다. 다이어트 기간에 진짜 끊어야 하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위로 푸드’가 아니라, 아무 음식이나 습관적으로 입에 집어넣는 습관이다. 라면을 먹는 대신 생라면을 씹어 먹다가 다시 라면 세 봉지를 끓여 먹고 좌절한 그녀에게 ‘라면 명상’을 알려줬다. 어떤 음식을 먹든지 냄새와 맛을 느끼고 음식의 질감과 분위기를 마음껏 누려야 식욕 중추가 만족하는데,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 식사’다.

이제는 다이어트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이어트는 더 이상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재충전의 시간이어야 한다.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엄격한 식단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오히려 식욕을 부추긴다. 날씬한 배우의 사진을 클릭하며 좌절감을 느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왜 나는 살을 빼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일이다. 음식과의 전쟁 앞에서 멈출 수 없는 식욕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책하지 말기 바란다. 멈출 수 없는 식욕의 원인은 내 탓이 아니라, 뇌 탓이다.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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